시사칼럼

아시아적 가치와 한국정치.경제의 과거와 현재

daecho 2002. 2. 4. 14:54
아시아적 가치와 한국정치,경제의 과거와 현재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라고 말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활동했던 아테네는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시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했기 때문에 그가 이러한 말을 했을 것이다. 물론 노예와 여자는 제외되고 자유인들만이 직접 정치에 참여했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17세기 영국 의회정치에서 비롯된다. 당시 영국이나 현대 민주주의는 모두 고대 아테네의 직접민주정치를 영원한 고향으로서 보고있다. 현대민주주의는 미국식의 자유민주주의와 서구 좌파정당의 사회민주주의가 있고 중국의 사회주의, 북한의 인민민주주의도 민주주의의 한 형태로 보고있다.
현재 아시아국가들은 사회주의국가를 제외하고 대다수 자유민주주의의를 채택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의 재산보호 등 개인적인 자유주의와 그후 이를 보완한 사회의 평등을 합친 말이다. 따라서 서구의 자유민주주의는 어디까지나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 중 서남아시아는 전체적으로 민족주의성향이 가장 강하고 남부아시아의 대표적인 국가인 인도는 역시 민족주의성향이 강하다. 자유민주주의 통치방식을 채택하면서도 스스로 민족주의성향이 아주 강한 편이다. 나름대로 서구정치문화를 받아들이면서도 민족주의를 바탕에 깔고 있어 완전한 意識의 개방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시아적 가치, 유교문화에서 나와>
동남아와 동아시아는 위와 같은 나라들과는 달리 서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경제발전을 모색하고 있으며 나름대로 신흥공업국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동남아는 화교들이 정치와 경제를 주도하고 있으며 대개 가족집단 중심으로 꾸려가고 있다. 가부장적인 권위로서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싱가포르의 이광요 전수상의 아시아적 가치는 이것에서 출발한다.
본래 서구의 자유민주주의는 의회의 견제,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 사법부의 공정한 판결로서 집권자의 권위는 인정되기가 힘들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민주주의가 동아시아, 동남아로 전해지면서 유교적인 의식으로서 권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집권자의 권위를 통하여 경제개발독재가 일어났다. 이로인해 신흥공업국으로서 불리워졌다. 이에대해 미국의 피터드럭커는 "아시아 경제는 정부의 통제로 인해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고 또한 연구개발이 저조하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공언했다. 연구개발은 개인의 자유가 보장된 상태에서 창의력을 바탕으로 나오는 것인데 상사의 권위로 인해 저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가 이러한 말을 했을 것이다. 그의 말은 IMF환란을 통하여 증명되었다. 동남아와 한국이 그 피해자인 셈이다. 따라서 아시아적 가치라고 인정받았던 것은 이내 다시한번 제고할 필요가 생기게 됐다.

<아시아적 가치, 중체서용에서 출발>
중국은 서양세력이 개방을 요구하며 밀려왔을 때 中體西用이라는 슬로건을 갖고 정책을 펴나갔다. 중국의 정신, 제도 등을 고수하고 서양의 과학, 무기 등을 용으로 한다는 것이다. 첫 시도는 이홍장을 중심으로 한 양무운동이었고 이것은 청일전쟁의 패배를 통하여 실패작이라고 평가받았으며 그 다음으로 강유위, 양계초 등의 변법자강운동을 낳게 하였다. 이들은 제도까지도 서양의 것을 받아들여 입헌군주제를 주장하였다. 이 역시 보수파인 서태후, 이홍장의 방해로 실패하고 말았다. 그 이후 손문의 국민당이 등장하면서 삼민주의를 주장하게 되었는데 이 역시 궁극적인 목적은 '춘추', '예기' 등에 나타나는 대동세계의 실현이었다. 물론 그 과정은 서양의 민주정치를 모델로 하였다. 모택동의 사회주의 역시 마르크스의 사상을 그대로 고수하지는 않았다. 그 바탕에는 역시 유교 내지는 노장사상이 깔려있던 것이다. '논어', '맹자' 등 四書에 나타나고 있는 유교문화는 가족 집단 중심의 가부장적인 문화이다. 특히 '대학'에서는 격물치지, 성의, 정심,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로서 "서민으로부터 천자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모두 수신이 근본이 된다."라고 한다. 따라서 유교의 정치는 수신을 바탕으로 제가, 치국, 평천하를 이룩하는 것이다. 이를 실현키 위한 덕목으로서 군주와 신하간의 의리, 부자 사이의 親함 등 5륜이 나오게 됐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군주, 아버지의 권위가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물론 도덕을 바탕으로 한 권위이다.

<아시아적 가치, 중국인의 것>
결국 중국인은 철저히 자기들의 사상을 버리지 않고 바탕으로 깔아두고 서구의 정치문화를 받아들여 오늘에 이르렀다. 아시아적 가치는 중국인들이 만들어낸 것이지 다른 아시아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중국인들은 전세계에 살고 있는 화교들을 모아 화교상권을 만들어 협력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중국인들의 아시아적 가치는 긍적적인 평가를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그 나름대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나름대로 아시아적 가치라는 것을 창출해낸 것은 훌륭하다.

<한국, 일제로 인해 단절>
한국의 경우는 중국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양세력과 이들의 제국주의적인 양식을 배운 일본이 몰려왔을 때 개화파와 위정척사파로 나뉘고 결국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채 한일합방이라는 단절된 시기를 맛보고 말았다. 광복후 미군정이 들어와 국정을 담당했기 때문에 전통과 서양의 조화를 모색할 틈도 없이 아무런 여과 없이 그대로 서양의 정치문화를 받아들이고 말았다. 자유민주주의를 모델로 했지만 한번 시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사회혼란으로 이어지면서 4.19혁명을 낳게 됐고 이것도 잠시 5.16쿠데타로 이어졌다. 박정희 정권은 우선 가난을 면하기 위해 경제개발독재를 단행하게 되었다. 이 같은 군부정권의 개발독재로 외형상의 경제발전은 이룩했으나 자본시장이 튼튼하지 못해 결국 IMF환란을 맞이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고 말았다.

<한국경제정책, 창녀취급 받아>
중국과 같이 중체서용을 고수한 것도 아니고 단지 미군정이 심어 놓은대로 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이 오늘날까지도 민주주의가 정착하지 못한 채 계속 흘러가는 것은 비극일 수밖에 없다. 전 산업자원부 무역담당 구모 사무관은 "우리나라가 경제협력 일로 미국이나 유럽에 가면 우리보다 경제가 떨어진 동남아보다도 더 무시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마치 창녀취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들이 시키는대로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경제에 간섭하면서 이렇게 하면 그대로 시행하고 유럽국가들이 시키면 또 그대로 한다는 것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거부를 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거부할 줄 모르기 때문에 창녀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아시아적 가치와 다른 우리만의 가치 모색>
아무런 주체성도 없이 그저 시키는 대로 하는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정책은 이제 다시 한번 돌아보아야 한다. 중국인들과 같이 가족집단 중심의 권위를 바탕으로 한 아시아적가치로 할 수 있을까? 의문의 여지는 많다. 왜냐하면 중국인들은 본래 농경민족 출신이기 때문에 가족중심의 가부장적인 성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 유교 역시 농경지대에서 생겨난 사상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다르다. 우리민족의 원류는 동이족으로서 이들은 본래 유목민족이었다. 따라서 부계보다는 모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사회였다. 유목민족의 문화는 조선의 임진왜란 전까지 남아 있다가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특히 혼례문화에서 신랑이 신부집에 가서 결혼식을 하고 첫아이 낳을 때까지 살다가 다시 신랑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유목민족의 문화이다. 또는 신랑이 신부집에서 영원히 살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퇴계의 경우 본래 집은 청송의 진보이다. 따라서 진성(진보)이씨이다. 그러나 처가인 안동에서 평생을 살았다. 율곡의 경우 본래 집은 파주이지만 어머니의 집이 강릉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태어났다. 임란 직후에는 이러한 풍습이 사라지고 단지 신랑이 신부집에서 하룻밤만 잔다. 이러한 유목민족의 풍습은 유교가 조선의 국시로 되면서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다. 유목문화의 특징은 외부의 문화를 잘 수용하여 균형을 잡는 게 특징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전통은 그대로 고수하고 서양문물 역시 그대로 받아들인다. 물론 퓨전양식도 가끔 나타나지만.... 이제는 균형을 맞추어야 할 때이다. 지금까지 고수해오던 자유민주주의는 우리에게 맞게 고쳐 균형을 맞추어야 할 때이다. 종교문화에서는 어느정도 성공적이다. 특히 기독교는 완전히 한국적이 기독교로 새롭게 태어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양의 기독교와 한국의 토속이 균형있게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같이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 시장경제 역시 한국에 맞는 이념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하고 전통과 서양의 균형속에서 실마리를 풀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