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1인보스정치에서 시민정치시대로의 전환

daecho 2003. 1. 1. 14:38
민주정치는 고대 아테네에서 시작되었으나 실질적인 현대민주정치의 원조는 17세기 영국에서의 시민혁명을 통하여 이루어진 민주정치이다. 고대 아테네의 민주정치는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직접민주정치였으나 17세기 영국에서의 민주정치이래로 시민을 대표하는 대리자들이 정치하는 대의정치였다. 현실적으로 직접민주정치를 실시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하여 고대 아테네의 직접민주정치는 영원한 이상향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간접민주정치인 대의정치가 일본을 통하여 우리나라에 전해졌으나 비정상적으로 변질된 보스정치가 나오게 되었다. 일본의 정치는 명치유신 이전 도꾸가와막부시대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 막후정치가 주류를 이루었고 막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던 보스가 정면에 나서면서 보스정치가 나오게 되었다. 그 영향을 받아서 우리나라도 보스정치가 주류를 이루었고 3김시대에 이르러 절정을 이루었다.

그러나 지금 이러한 보스정치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시민정치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 막 민주당대선후보경선을 마치고 노무현후보가 대통령후보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노무현고문이 후보가 된 이유중에 '노사모'의 후원은 매우 특징적이었다. 노사모 회원들은 주로 대학생, 샐러리맨 등 주로 직업적인 정치인 모임이 아닌 순수한 시민으로 이루어진 모임이다. 이러한 시민들이 자신의 정책에 맞는 후보를 골라 아무런 급료도 없이 자신들의 후보를 위하여 자원봉사를 했다는 것은 지금까지 한국민주정치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것은 이른바 3김시대 같은 1인보스정치에서 시민들이 정치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정치시대의 포문을 연 것이다. 그 동안 보스들은 자기고향 유권자들의 지역감정을 무기로 하여 정치보스역할을 해왔다. 유권자들 역시 보스들의 지역감정이라는 볼모에 사로잡혀 그들의 사복만을 채워주는 거수기에 불과했다. 또한 정치인들은 보스들의 욕심을 채워주면서 자신들의 배도 같이 채우는 역할을 자임해왔다. 더욱이 5.16과 12.12쿠데타라는 반민주세력들까지도 지금까지 공공연하게 보스로서 한국정치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더군다나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양김마저도 저마다 욕심을 채우기 위하여 단합을 못하고 오히려 무고한 시민들을 죽인 반민주세력과 동거를 했다는 것은 민주정치의 비극이다.

결국 양김의 분열 때문에 그만큼 우리의 민주화는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화의 진행은 아직도 희망이 남아있다. 이러한 보스들의 큰도움 없이 시민들의 후원으로 홀로 일어선 노무현 후보와 그 뒤에 시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로 인하여 우리의 민주정치는 기대할만하다. 시민들이 단순히 투표로써 대표를 뽑는 간접민주정치에서 자신들의 정책에 맞는 후보를 선택하여 자원봉사하면서 자신의 정책을 실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직접민주정치의 또다른 방식이다. 따라서 이러한 민주정치는 영원한 민주정치의 고향인 고대아테네의 직접민주정치의 실현에 한발짝 다가선 것이다.

이제 노무현 후보는 시민들의 대표로서 대통령 후보로 당선되었고 자신이 반민주세력이 아닌 민주세력과 손을 잡고 나아가겠다고 한 시민들과의 약속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노후보가 그렇게 했을 때 양김분열로 성사되지 못했던 진정한 민주정치가 실현될 것이며 보스정치의 막을 내리고 새로운 시민정치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