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한총련과 국가보안법
daecho
2003. 3. 18. 23:39
노대통령과 민주당은 한총련을 이적단체에서 합법적인 단체로의 승인을 추진하려고 하는데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결말이 날지 주목된다.
한총련이 독재정권에 항거하며 민주화운동을 했던 과거 대학생들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그들의 선배들은 6월항쟁, 광주민중항쟁, 4.19혁명을 이룩했던 인사들이다. 그들 역시 선배들의 참여정신을 계승하여 민주화와 남북평화통일을 외치며 나온 단체이다. 이러한 학생들의 현실참여정신은 조선시대 유생들에게서도 깊이 배어있었다.
오늘날 국립대학의 성격을 띠었던 조선시대의 최고교육기관인 성균관의 학생들은 국가의 정책이나 시무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부정부패가 드러나면 상소를 올렸다. 이에 대하여 왕이 비답을 내리는데 그것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식당에 들어가지 않기도 하고 더욱더 강경하게 동맹휴학인 권당을 하기도 했다. 중종 때 조광조의 개혁정치가 무산되고 그를 비롯한 많은 사림들이 화를 당했던 기묘사화 때는 학생들이 권당을 하여 성균관이 텅 비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이 모범적인 행동만 한 것은 아니었다. 조선후기 때는 당파와 결탁하여 이에 속한 이들을 중심으로 권당을 하기도 하였다. 이 때문에 성균관 학생시절에 인연을 맺어 벼슬길에 오르자 마자 당리당략에 편승하여 치열한 당쟁을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성균관이 당쟁의 진원지가 되는 일도 있었다.
오늘날 대학생 시절에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인사들이 보수정당에서 당리당략을 위하여 치열하게 당쟁을 하는 모습과 유사하다. 이것을 보면 역사는 필연일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튼 성균관은 훗날 일제에 의하여 조선이 강제 합병되면서 경학원으로 개칭되어 최고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은 사라지고 친일잡지를 발행하는 등 앞잡이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
일제당시 민들은 대학이 없었기 때문에 민립으로 설립하려는 운동을 추진했으나 이를 무마하기 위하여 일제는 경성제국대학을 만들었지만 교수, 학생들이 주로 일본인이었기 때문에 옛 우리조상들의 현실참여정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운동을 주도하지 못했다고 해서 학생들의 참여정신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 대신 오늘날 중고등학교에 해당되는 고보에서 주로 항일운동이 일어났는데 중앙고보학생들이 중심으로 하여 일으켰던 6.10만세운동, 광주고보 학생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광주학생사건 등이 대표적인 항일운동이었다.
8.15광복이후 대학생들의 현실참여는 다시 살아났지만 좌익과 우익의 대립으로 인하여 피비린내 나는 싸움으로 번졌다. 그들 역시 정치권과 연결되어 있으면서 서로의 사상을 실현키 위하여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을 했던 것이다. 그 후 미군정은 사회주의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좌익단체는 물론 좌익학생단체까지 수배에 들어갔다. 그러한 와중에서 정부가 수립되었고 얼마 후 6.25전쟁이 일어났다.
전쟁 직후 드디어 이승만 정권은 오늘날 공안부 검찰과 유사하여 정치범을 수사하는 정보부 검찰에 지시해서 국가보안법을 만들었고 58년 12월 정부비판세력과 국민여론을 통제하기 위하여 개정안을 국회에서 여당단독으로 처리하는 보안법파동사건을 일으켰다. 이러한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희생이 끊이질 않았고 당시 대표적인 희생자는 진보당의 조봉암이었다.
그 후 국가보안법에 희생된 사람들은 계속되었고 지금 시행되고 있는 법은 1991년에 개정된 것이다. 이로 인하여 한총련은 법정에서 이적단체라는 판결이 나와 많은 학생들이 처벌을 받거나 도피 중에 있다. 국가보안법은 북한을 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조문이 있기 때문에 그 조문을 개정하거나 법자체를 철폐하지 않는 한 남북평화통일을 실천하려는 단체들은 모두 이적단체로서 처벌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6.15선언 이후 남북한은 상호평화에 서명했고 이로 인하여 남북한이산가족상봉, 금강산여행, 남북경제교류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을 국가보안법으로 적용하면 모두가 처벌대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항상 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아직도 야당은 북한을 적으로 생각하여 국가보안법개정에 반기를 들고 있다. 이 때문에 남북통일을 실천하려는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지속되면 남북통일의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
남북통일이 지체되면 여전히 많은 예산을 국방비로 지출해야 되고, 이 때문에 복지와 교육예산 등이 적을 수밖에 없고, 결국은 가난한 대다수의 민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한총련을 이적단체에서 제외시켜 합법적인 단체로 승인하고 더불어 국가보안법을 완전히 철폐하든지 북한을 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조문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