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 없는 내 인생’, 나를 위하여 죽음을 맞이하기
인간에게 죽음은 고통이며 이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죽음은 현실과 단절이라는 것 때문에 두려울 수밖에 없다. 물론 죽음은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과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서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는 것이므로 두려운 것이다. 모험적인 사람은 죽음을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과 완전히 단절된 상태이기 때문에 도전이라고 하기에 너무나 무서운 일이다. 따라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두려움이자 고통이다. 특히 수명을 다해서 죽는 것이 아니라 병에 걸려서 그것도 젊은 남자도 아닌 여자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고통이면서도 두려운 것이다.
죽음을 앞두고 살아있는 가족과 자신을 위하여 준비하는 좀더 이성적인 젊은 여자의 이야기가 있는데 바로 영화 ‘나 없는 내 인생’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앤은 말기 자궁암이라는 판정을 받고 앞으로 살날이 두세달 정도라는 사실을 의사로부터 듣게 된다. 이때부터 앤은 가족들과 자신을 위하여 10가지 계획을 세운다. 물론 가족들에게 시한부라는 사실을 숨긴 채 앞으로 다가올 두 딸의 생일에 축하하는 메시지, 남편과 딸들에게 어울리는 새 여자 고르기, 다른 남자와 사랑하기, 감방에 있는 아버지 면회하기, 가족들과 웰러비 해안가로 소풍가기 등등.
이 영화는 시한부 인생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 그 자체가 진부하다. 다만 죽음을 맞이하는 젊은 여자의 슬픔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가족들을 위하여 준비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가족들을 위하여 준비하는 것도 결국은 나를 위하여 준비하고 있다는데 주제를 두고 있어서 진부하면서도 이성적인 메시지를 전해준다. 그것은 남편과 딸들에게 어울리는 새 여자로서 옆집의 간호사를 정하여 그녀를 저녁식사에 초대한 데에서 잘 보여 주고 있다. 물론 다른 남자와 사랑하는 것은 자신을 위한 일이다. 하지만 남편과 딸들을 위하여 새 여자를 찾아주는 것은 지나친 봉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것도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보여준다. 살아 있는 남편과 딸들이 새 여자와 잘 사는 모습을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기쁨이라는 것이다.
앤은 17살에 첫아이를 낳고 친정어머니의 집 귀퉁이에서 트레일러 속에 살고 한번도 다녀본 적이 없는 대학에서 청소를 하면서 가난하게 산다. 물론 남편은 대부분 실직상태에 있다가 1년짜리 수영장을 짓는 일을 이제 막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앤은 가족들에게 기대할 것이 없지만 그래도 그들을 위하여 준비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고 결국 그것이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10가지 계획 중에서 가족들과 웰러비 해안가로 소풍가는 것은 실행하지 못한다. 오히려 남편과 딸들에게 어울리는 새여자를 찾는 데에 더많은 시간을 보낸다. 처음에 같이 일하는 여자를 초대했지만 갈비를 8대나 먹는다며 남편과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자 그들에게 어울리는 여자가 아니라는 것만 알게 될 뿐이다. 물론 완전히 자신만을 위한 일을 하기도 한다. 17살에 첫아이를 낳을 정도로 너무나 일찍 결혼생활을 하면서 제대로 사랑을 해보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다른 남자와 사랑하고 잠자는 것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두세달의 시한부 인생을 사는 젊은 앤에게 살아 있는 가족들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위하여 준비하는 것이 자신의 기쁨이고 자신이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랑을 다른 남자와 하는 것으로 준비를 마무리 한다.
이 영화에서는 감정을 넘어 이성적으로 그리고 가족을 위하여 준비하는 것도 결국 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 있는 날을 살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