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칸트, '실천이성비판'의 첫째 정언명령에 대한 비판

daecho 2009. 3. 1. 09:20

칸트의 '실천이성비판'은 윤리에 관한 내용이다. 그는 도덕법칙으로서 첫째로 제시한 정언명령은 "네 의지의 격률이 언제나 동시에 보편적 입법의 원리가 될 수 있도록 행위하라"이다. 보편을 실재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그것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도덕에서 보편이 존재할 수 있는지가 문제이다.

 

예를 들면 유교문화권 국가에서는 자녀가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을 도덕으로 여긴다. 의식주로써 잘 봉양해야 한다. 그러나 에스키모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사냥을 가서 아버지가 다쳤을 때 아들은 고래심줄로 아버지의 목을 졸라 죽인다. 그것이 미덕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가장 사랑하는 아들에게 고래심줄을 넘겨준다고 한다. 이러한 예를 칸트는 다른 책에서 인용한다. 그는 사보게타이 부족의 문화도 인용하는데 그들은 부모가 죽으면 그 시체를 먹는 것이 미덕이라고 한다. 이로 미루어 보았을 때 과연 보편적인 도덕이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유교문화권국가와 에스키모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다른 예를 들어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사회에서는 아직도 유교문화가 남아 있기 때문에 부모는 자식을 사랑으로 대한다. 따라서 자식들을 잘 보살펴준다. 그러나 김기덕의 영화 '수취인불명'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마지막 장면에서 어머니는 자살한 아들의 시체를 오열하면서 먹기 때문이다. 이것을 보면 그 어머니를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하기가 쉽지 않다. 너무도 사랑한 아들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하여 먹었다고 해석한다면 더욱더 그러하다. 전자와 후자는 부모의 사랑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평택의 기지촌에서 일어난 실화를 그 소재로 하고 있다. 같은 사회에서 상반된 부모의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편적 도덕이 있다고 하는 것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