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우승의 7부 능선을 넘었던 맨유가 28라운드에서 리버풀에게 4-1로 대패하면서 우승전선에 먹구름이 끼게 되었다. 앞으로 10경기가 남아 있고 2위와 1경기 덜 치른 상태에서 4점차이가 나기 때문에 연패만 아니라면 우승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충격을 벗지 못하고 연패 또는 무승부를 반복하면 우승은 어려워진다.
<비디치의 떨어진 스피드>
이날 승부처는 비디치에게 있었다. 3일전에 인테르의 공격을 봉쇄했던 1등공신 비디치가 토레스의 스피드를 이겨내지 못하고 동점골을 허용한 것이 1차적인 패인이다. 주중 챔피언스리그 경기로 인하여 피로가 겹쳤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것은 리버풀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리버풀이 맨유 보다 1일 전에 레알 마드리드와 챔피언스 경기를 치루기는 했지만 그것이 큰 이유가 되지 않는다. 리버풀의 역습 롱패스를 너무 안이하게 처리하다가 토레스에게 동점골을 허용한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더욱이 중앙수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윙백 에브라가 공격적인 본능을 버리지 못하고 오버랩핑하다가 급작스럽게 수비로 전환하면서 제라드를 태클하다가 페널티킥까지 내줘 역전을 당하고 말았다.
<퍼거슨의 도박같은 선수교체>
더욱더 문제였던 것은 후반전에 퍼거슨의 선수교체였다. 안데르손, 캐릭, 박지성을 빼고 스콜스, 긱스, 베르바토프를 넣은 것이 2차 패인이 되었다. 앞의 선수가 공격성향도 있지만 뒤의 선수보다 그래도 수비적이다. 비디치의 실수를 감안했을 때 지나치게 공격적인 선수를 투입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물론 퍼거슨은 이 경기를 반드시 이기고 싶었기 때문에 그러한 무리수를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무승부만 기록해도 좋은 결과가 될 수 있었다. 결국 교체직후 중원에서 수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그것이 4백수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 때문에 비디치는 제라드의 옷을 잡아당기면서 퇴장 당했고 프리킥골까지 선사하면서 역전골을 내주고 말았다. 평소 퍼디난드가 상대선수의 옷을 잘 잡아당겼지만 워낙 교묘해서 심판의 휘슬을 잘 피했다. 하지만 그것도 자주 하던 선수가 하는 것이지 그렇지 못한 비디치가 퍼디난드를 흉내냈으니 그야말로 대형사고를 친 셈이 되었다. 그 전까지 비디치는 토레스에게 골을 내준 것 외에는 최고수준의 수비를 보여주었다.
문제는 퍼거슨의 교체로 들어간 3인방이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데에 있었다. 베르바토프, 루니, 테베즈, 호나우두 등 판타스틱4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이전에 그들이 모두 출장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한 전례로 비추어 보았을 때 그들의 투입은 좋지 않은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퍼거슨의 그렇게 감행했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으로 인하여 이성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무너진 3백>
스콜스는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지만 수비를 제대로 못한다. 어쩌다 중원에서 태클하다가 퇴장당하기도 하는 등 수비가 약하다. 하지만 선수교체로 인하여 중원에서 제대로 수비할 선수가 없었다. 그것은 그대로 수비수에게 막중한 부담을 주게 되었다. 더욱이 비디치의 퇴장으로 인하여 4백이 사라지고 3백이 수비하다 보니 구멍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3백이 수비하더라도 윙백의 오버랩핑을 자제했다면 추가골을 허용하면서 대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후 지속적인 수비구멍으로 인하여 도세나가 오세이를 제치고 반데사르 골키퍼를 넘기는 골로 홈에서 맨유는 그야말로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스리그를 가리지 않고 선방을 했던 반데사르도 그날 만큼은 의욕이 없어 보였다. 잘하면 막을 수 있는 골도 멀거니 바라만 보다가 내줄 것은 다 내주고 말았다.
앞으로 이러한 충격에서 벗어나는 것이 맨유의 급선무이다. 지금까지 패했더라도 리그에서 연패는 없었는데 지금은 홈에서 너무 예기치 않은 참패를 당해서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리그에서 연패를 하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 퍼거슨의 지혜가 뛰어났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앞으로 맨유의 경기가 기대되기도 한다.
'축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알의 양날검, 호날두와 카카 (0) | 2009.07.06 |
---|---|
맨유 대 바르셀로나의 챔스결승 예상 (0) | 2009.05.13 |
바르셀로나 EPL 빅4를 이길 수 있을까? (0) | 2009.03.13 |
완벽 바르셀로나, 공격과 수비에서 옥의 티 (0) | 2009.02.04 |
첼시, 몰락 아닌 위기일 뿐 (0) | 2009.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