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측면 미드필더로 활약한 박지성이 요즘 특이한 포지션 변경을 보여주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AC밀란과의 16강전과 프리미어리그 리버풀과의 대결에서 그러했다. 양자 모두 루니 바로 밑의 포지션이었다. 원톱으로서 루니였기 때문에 그 밑이라면 쉐도우 스트라이커 혹은 공격형 중앙미드필더의 포지션이지만 박지성은 그것이 아니었다. 4-4-2의 다이아몬드 전술에서의 공격형 미드필더라면 트리콰르티스타의 역할로서 그 대표자는 06년 독일월드컵 때 아르헨티나의 리켈메이다. 4-3-3이라면 바르셀로나의 사비와 같은 포지션이다.
하지만 박지성은 그러한 포지션이 아니면서도 어쨌든 성공적으로 역할을 수행하였다. 퍼거슨 감독이 2게임 연속으로 박지성을 그러한 포지션에 기용한 것을 보면 그만큼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퍼거슨의 기대에 부응하여 박지성도 연속 골을 기록하는 등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가 주로 맡은 역할은 리버풀의 공격을 최전방에서부터 차단하는 것이었다. 퍼거슨이 기대했던 것은 박지성이 최전방에서부터 토레스와 제라드의 공격을 차단시키고, 중앙에서 리버풀의 볼점유율을 분산시키는 것으로 보여졌다. 박지성이 볼을 점유하면서 공수를 조율하는 능력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만약 그러한 역할을 기대하였다면 박지성이 아닌 스콜스를 선발로 기용했을 것이다. 후반전 끝날 무렵 스콜스로 대체했던 것이 바로 그러한 이유였다.
AC밀란 전에서는 거의 공격을 차단하는 역할로서 그를 기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지성은 그것도 어느 정도 잘 수행하였지만 득점까지 했기 때문에 퍼거슨의 기대이상으로 보여주었다. 리버풀과의 경기에서는 결승골을 넣었기 때문에 밀란과의 경기 때 보다 더욱더 그의 기쁨은 컸을 것이다. 아마도 득점까지 기대하여 그를 기용했을 수도 있다. 그의 골이 없었다면 무승부로 끝났을 텐데 결승골까지 넣어 승리하였으니 퍼거슨의 기쁨은 두배 이상이었을 것이다.
사실 리버풀과의 경기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거의 질 뻔하였다. 후방에서 롱패스를 받은 토레스가 드리블하던 것을 퍼디난드가 놓치면서 골을 먹었으니 패배는 자명하였다. 그러나 발렌시아가 마스체라노로부터 얻은 페널티킥으로 인하여 전세가 역전되었다. 사실상 당시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아도 무방할 정도로 애매한 순간이었다. 더욱이 마스체라노는 옐로카드 까지 받았으니 수비형 미드필더의 대명사라고 불리워지는 그의 과감한 플레이는 그로 인하여 사라져버렸다.
퍼거슨은 중앙미들을 3명을 두면서 리버풀 보다 우세한 볼점유율을 기록하였고, 결국 플레처의 크로스를 받은 박지성 특유의 플레이로 역전에 성공하였다. 리버풀의 수비수들이 루니를 방어하는 동안 박지성은 숨어 있다가 갑자기 돌진하여 다이빙헤딩으로 득점했는데 그것은 그의 전매특허이자 장기이다. 리버풀의 수비수들은 루니만을 경계하였을 뿐 박지성의 진가를 몰랐던 셈이다. 물론 박지성이 그러한 장기로 항상 득점에 성공했던 것은 아니고 실패한 적도 있다. 지난해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숨어 있다가 득점하려는 찰나에 피케가 그것을 막아 실패한 적이 있었다. 당시 피케는 박지성의 장기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피케는 맨유에서 박지성과 함께 뛰었기 때문에 그의 특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리버풀은 그러한 박지성의 플레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다. 즉 베니테즈 감독이 퍼거슨의 전술에 대하여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였던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던 것이다.
퍼거슨은 박지성에 대하여 어느 포지션도 모두 소화할 수 있다고 말하였지만 그가 맡긴 역할은 최전방공격에 대한 수비가 우선이었고 득점은 보너스와 같은 것이었으며 주로 그러한 역할을 맡겨왔다. 이로 인하여 새로운 최전방 미드필더의 역할이 탄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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