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굿바이! 벵거의 예술축구

daecho 2018. 4. 22. 16:15
명문대학에서 예술철학을 강의하는 교수가 더 어울릴 것 같은 벵거 감독이 퇴진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하지만 그는 대학강단이 아닌 EPL의 명문구단 아스날의 최고 감독으로서 20여년을 일해왔다. 무기창고라는 의미의 아스날과 어울리지 않게 아름다운 축구를 구사하여 세계적인 트랜드를 만들었고, 무패우승과 우에파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을 일궈냈다. 당시 지나치게 흥분하여 감정을 절제하지 못했던 아스널의 레만 골키퍼의 퇴장으로 역전패 당했는데 그것만 아니었다면 우승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 때 바르셀로나도 아름다운 축구를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했지만 양팀 모두 그런 축구는 제대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 후 벵거는 더이상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 올라오지 못하였다. 겨우 챔피언스 리그에 턱걸이로 올라와 16강 진출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최근에는 아예 유로파 리그에 더 자주 나타났다. 성적이 떨어질수록 그의 아름다운  패싱축구는 점점 더 사라져 가고 다른 팀과 비슷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가끔  나타나는 패싱축구를 제외하고. 

영국인 보다 더 영국인 같았던 벵거감독은 아스날을 다인종 축구팀의 모델로 만들었는데 아마도 그가  프랑스 알자스의 아름다운 도시 스트라스부르 출신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곳은 한 때 독일영토였다가 2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가 승리하면서 되찾은 땅이다. 이 때문에 벵거는 아름다운 스트라스부르에서 프랑스와 독일의 다국적 문화와 아름다움을 접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지적이고 젠틀한 그의  외모 만큼 그가 이끄는 아스날은 축구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축구라는 전쟁과 같은 스포츠를 예술로 격상시킨 지적인 벵거의 모습과 아름다운 별밤 만큼이나 주말 밤에 벌이는 그의 예술축구축제를 더이상 아스날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