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제'를 맞이하며

제목 : '시제'를 맞이하며

한민족은 본래 유목민족으로서 하늘신앙이 강한 민족이었다. 오직 풀을 찾아서 돌아다니기 때문에 하늘을 방위로 삼고 비오는 것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를 동이족이라고 불렀는데 고대의 은나라도 동이종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은나라 역시 하늘의 상제를 신앙하는 나라였다. 왕이 직접 상제를 향하여 제사를 지내곤 했다.

<황제는 하늘제사>
따라서 동이족으로서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제사문화가 발달했다. 중국의 역사책인 '삼국지 위지동이전'에 동이족들은 음력 10월에 하늘에 제사지내는 제천행사를 하며 수일동안 먹고 마시며 가무를 즐긴다고 기록 돼 있다. 제천행사의 명칭도 부여는 영고, 고구려는 동맹, 동예는 무천, 삼한은 시월제라고 한다.
하늘에 제사지내는 것은 예로부터 황제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황제는 제천행사에서 제관이며 나머지 신하들과 백성들은 제천이 끝나고 수일 동안 가무를 즐긴다. 그 후 중국의 침입을 받아 신하국으로 전락하면서 제천행사는 이어지질 못햇다. 그러다가 고종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제천행사인 천제를 지냈다.

<백성은 조상제사>
제천행사가 끝나고 일반 백성들은 조상의 산소에 가서 제사를 지내는데 이것을 시제라고 한다. 시제는 봄에 지내는 춘향제와 음력 10월에 지내는 추향제가 있는데 춘향제 보다 가을에 지내는 추향제가 일반적이다.
우리나라 풍속에 4대조까지는 제삿날 집에서 지내고 5대 이상이면 신주를 산소에 묻거나 불에 살라 버리기 때문에 신주도 없고 제사 지낼 근거도 없다. 그러므로 1년에 한 번 날을 정하여 제사를 지내는데 이것이 시제이다.
시제는 대체로 음력 10월1일부터 15일 안에 지내는 것이 보통이다. 이 때가 들에서 제사 지내기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날은 동이족으로 일컬어지는 고대의 은나라가 10월을 정월로 삼았기 때문이기도 한다. 더욱이 단군조선 때에도 음력 10월을 정월로 삼아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천제를 거행했다.

<시제는 존비속살해사건 예방법>
또한 이 날은 시제답 또는 시제전이라 하여 일정한 농토에서 생산하는 곡식 중 도조로 바칠만한 분량의 곡식으로 제물을 장만하여 이것을 산소에까지 가져다가 차려놓고 그 자손들이 모두 모여서 제사를 지낸다. 이때면 멀리 떨어져 살던 일가들이 한데 모여서 즐겁게 하루를 보낸다. 시제때에 많은 자손들이 모이는 것을 큰 자랑으로 여기며 묘자리가 명당일수록 후손이 복을 받는다고 한다.
산업사회에 들어서면서 오늘날에는 이같은 시제가 생소하게 되었다. 조상이 있음으로 해서 자신이 있다는 것을 까먹기 때문이다. 오직 잘먹고 잘살기 위해 모든 정성을 다 기울이기 때문에 조상을 돌볼 틈이 없는 것이다. 근래 존비속살해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가족간의 화목을 생각치 않고 지나치게 이기주의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기주의는 본래 근대서양에서 나온 개인주의가 편벽되게 흘렀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우리민족은 본래 개인주의 보다는 공동체주의를 바탕으로 일어났다. 특히 가족주의에 근거했던 것이다.
따라서 한 번쯤은 조상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고향을 찾아 시제에 참여하는 것도 생활의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시제철을 맞아 작은 정성이라도 온 가족이 모여 조상의 산소를 찾아 문중식구들과 제사를 지내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