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동양권의 문명충돌과 그 대안. - 미국의 아프칸 공격에 대해 우리의 군사지원 결정에 대해-

daecho 2001. 9. 22. 16:52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공동체생활을 하게 되지만 다른 공동체와의 교류로 인하여 무의식중에 소속감을 갖게 된다. 교류는 물물교환을 통한 경제교류도 있지만 부족한 지역에서 먹고 살기 위해 풍족한 지역을 침략하면서 전쟁 등이 일어남으로서 나타나는 교류도 있다. 전자는 문명의 교류이지만 후자는 문명의 충돌이라고 말한다. 문명은 삶의 방식으로 인해서 나오는 것이고 문명충돌은 서로 다른 문명이 만났을 때 조화를 이루기 전의 모습이다. 문명의 충돌은 많이 일어났지만 그 대표적인 것으로서 아직도 진행중인 것은 역시 서구와 동양권 문명의 충돌이다. 서구는 산업혁명이래로 끊임없는 식민지 개척을 해왔고 그 희생자는 역시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이다. 그 중에서도 아시아 즉 동양권국가들은 아직도 이러한 문명충돌 속에서 나름의 삶의 방식을 고수하면서 살고 있다.

우선 동북아를 살펴보면 일본은 서구의 개항요구에 대해 발빠른 행보로 자신들을 변화시키면서 和魂洋才라는 기치를 걸고 서구화를 단행했다. 이 때문에 가장 빠른 서구화를 이룩할 수 있었다. 중국은 中體西用을 표방하면서 양무운동, 변법자강, 신해혁명, 사회주의 혁명, 그리고 개방정책 등으로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 19세기 개항당시 개방을 반대하는 척사위정운동, 개방을 수용하려는 개화파들의 운동 등이 대립했지만 결국 후기개화파인 유길준, 서재필, 윤치호, 이상재, 이승만 등의 활약으로 마침내 개방을 하게 되었다. 이들의 개방정책은 西體西用의 슬로건으로서 조선 5백년을 지탱해왔던 유교 대신 기독교가 사회를 이끄는 동기를 부여했다. 그러나 암암리에 전통은 대체로 순수하게 진행돼 왔고 아직도 서구문명과 전통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의 제도는 서구화되는 기형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동남아는 19세기 이래로 오랫동안 서구의 식민지였고 그 전에는 중국의 조공국가로서 유교문명과 인도문명이 혼재 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들만의 고유문화는 찾아보기 힘든 상태가 되었다. 다만 있다면 원주민들의 원시적인 생활방식만이 있고 대개 정치, 경제, 사회를 리드하는 것은 화교들이다.

이들 국가중에서 화교권국가와 일본은 아시아적가치라는 슬로건으로 나름대로 자생력을 키워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아시아적가치는 아직 시험단계이지 결과가 나와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시아적 가치로서 김대중대통령이 주장하는 아시아적 민주주의의 실천방안으로 자유시장경제, 맹자의 민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가 있는 정도이다.
인도의 경우는 대체로 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으로서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지만 경제문제와 전통적인 신분제도인 카스트제도가 사회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다.

아랍권은 기독교문명과 그들의 전통인 이슬람문명이 아직도 충돌하고 있는 문명권이다. 본래 아랍권은 세계최초의 문명인 메소포타미아문명의 발상지로서 인류문명의 발상지였고 바빌로니아 그리고 페르시아문명이 번성했던 지역으로서 고대 그리이스에 영향을 주어 서구문명발생의 진원지였다. 그후 중세 마호멧의 이슬람교가 생기면서 이곳은 이슬람문명권이 형성되었다. 그후 돌궐족의 일파인 오스만투르크의 지배로 들어가 수세기 동안 그 영향하에 있었다. 오스만투르크는 본래 돌궐족 중에서도 서돌궐에 속하여 이슬람문명의 영향을 받았고 반면에 동돌궐은 몽골화되었다.

아랍권은 1차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오스만투르크의 지배에서 벗어나 다시 영국의 통치를 받으면서 문명충돌은 극심해졌다. 또한 오스만 투르크는 케말파샤에 의해 터어키라고 국명을 바꿨다. 2차대전이 끝나고 유엔의 결정으로 팔레스타인들이 살고 있던 가자지구에 기독교문명인 이스라엘이 건국되고 나서 전쟁은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들의 전쟁은 문명의 충돌이었고 그 내면에는 서로가 먹고살기 위한 생존권싸움이었다. 이들 전쟁의 동기 부여는 유엔이었고 유엔을 주도했던 것은 미국이었기 때문에 마땅히 미국의 책임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이들 전쟁은 결국 아랍 대 미국의 대결양상으로 번졌고 걸프전까지 이어지게 됐다.

최근 일어난 미국의 무역센타 폭파테러는 이러한 문명의 충돌의 결과로서 생기게 된 것이다. 현재 미국은 사우디출신 테러단의 두목 오사마 빈 라덴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지만 확실한 물증이 나오지는 않았다. 또한 라덴이 아프가니스탄에 숨어있다고 하여 아프칸을 공격한다는 것은 너무도 섣부른 일이다. 더욱이 미국의 지원요청으로 우리나라가 군사지원까지 하겠다는 발표는 남의 나라 일에 간섭하게 되는 결과가 나오기가 쉬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우리 스스로가 아직도 서구문명과 전통의 문명충돌에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주체성을 정립하고 있지 못한 실정에서 또 다른 문명충돌로 인한 전쟁에 끼어 든다면 마치 베트남 통일전쟁에 미국의 요청으로 군사를 지원하여 그들의 통일전쟁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는 것과 유사할 것이다. 더군다나 훗날 미국의 보복전쟁이 혹평을 받게 되기가 쉬운 지경에서 우리가 미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하여 군사지원까지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최근 미국의 경제가 하강곡선을 긋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까지 동반하락하여 경제적으로 타격이 있고 앞으로 미국이 초강대국으로서 남아있는 것도 미지수인데 이러한 섣부른 판단은 경제 외에도 다방면으로 우리에게 타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섣부른 결정은 주체성을 갖지 못한 결과이고 사상이 정립되지 못했기 때문이며 이것은 결국 서구문명과 전통이 조화를 이루어 새로운 사상 내지는 주체성이 정립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