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문명의 충돌 속에서 드러난 생존권 전쟁 -미국의 아프칸 보복전쟁정책을 바라보며-

daecho 2001. 10. 8. 00:00
인간은 자연속에서 태어나고 그 속에서 살다가 죽어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또한 본래 자연에서의 인간은 無善無惡한 존재이지만 인간끼리 서로 접촉하면서 자신 또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이익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 이익을 추구하다가 선악이라는 의식이 생기게 되었다. 서로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충돌하기 마련이고 이를 중재할 절대적인 존재가 필요함으로 인해서 신이라는 개념이 나오면서 종교가 탄생되고 신의 대리자가 나타나 중재를 하게 되면서 敎政合一의 통치방식이 생기게 되었다. 또한 종교를 따라 삶의 방식이 나오게 되고 이로인해 문명이 발생한다. 이러한 문명은 서로가 잘 살기 위한 것이고 불가피하게 다른 문명과의 충돌이 일어났을 때는 생존권전쟁으로 양상이 바뀐다.

유럽의 기독교문명, 아랍의 이슬람문명, 동아시아의 불교, 유교문명이 그 대표적인 세계문명들이다. 하지만 유럽은 중세 기독교문명을 뒤로하고 고대그리이스의 합리적인 이성을 근간으로 하여 민주주의라는 정치이념, 자연과학을 통한 산업혁명을 이룩하면서 새로운 서구문명을 탄생시켰다. 이 서구문명은 민주주의, 자본주의, 그리고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식민지개척에 나서게 되었다. 이때는 유럽에서 가까운 아랍 뿐만아니라 동남아 동북아까지도 이들의 식민지 각축장이 되어버렸다. 전세계가 이들의 식민지 각축장으로 된 것은 이미 서구에서는 기독교의 윤리마저도 자본주의를 미화시키는 도구가 되어 있었다. 캘비니즘, 막스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과 자본주의정신이 모두 그것이다. 결국 이러한 서구문명은 오늘날까지도 세계를 리드하는 문명으로서 남아있다.

반면에 아랍문명은 세계 최초의 문명인 메소포타미아문명의 본고장으로서 훗날 오리엔트문명이 되었고 거대한 페르시아제국을 건설했지만 이러한 문명은 페르시아가 고대 그리이스에 패배하면서 오히려 고대 그리이스문명을 키워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유럽이 중세천년이라는 기나긴 암흑속에서 묻혀 있을 때 아랍은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여 전아랍을 통일했던 사라센제국이 건설되었다. 사라센문명은 政敎一致이면서도 화학, 수학, 건축술이 발달하여 찬란한 문명을 갖고 있는 진정한 서방세계의 맹주였다. 그러나 징기스칸의 몽골제국의 침입으로 아랍권에 일칸국이 건설되고 다시 몰락하자 돌궐족의 후예인 오스만투르크의 식민지가 되었다. 결국 제1차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오스만투르크는 독일, 오스트리아와 함께 패하면서 소아시아반도로 물러나고 아랍은 독립하는가 싶더니 영국과 프랑스의 신탁통치를 받게 되었다. 이 때부터 서구문명과 이슬람문명의 충돌은 서서히 시작되었다. 이러한 문명충돌은 곧 생존권투쟁으로 이어졌다.

당시 가장 문제가 심각한 곳은 팔레스타인 땅이었고 이곳은 유럽지역에 흩어져 있던 유태인들이 시온주의의 기치를 내세워 2천년전의 역사적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이스라엘을 건국한 지역이다. 그러나 유태인이 물러난 후 2천년동안 이 땅에서 살아온 아랍인들은 현재의 법적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생존권을 놓고 전쟁을 했다. 이 전쟁의 원인은 제1차세계대전 중에 영국이 오스만투르크와의 전쟁에서 아랍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승전후 아랍독립을 약속했고 유태인자본가의 헌금을 얻기 위해 그곳에 유태국건설을 약속하는 사기극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전쟁후 1916년 영국은 이라크, 요르단, 팔레스타인지역을 프랑스는 시리아지역을 신탁통치하게 되었다. 특히 프랑스는 오늘날 레바논 지역일부에 자신들이 아랍의 정신까지도 지배하기 위하여 카톨릭성전을 만들어 이슬람과 카톨릭의 생존권싸움의 동기를 부여했다. 이 전쟁은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한편 팔레스타인지역에서는 2차세계대전 후 1947년 영국과 미국은 UN을 통해 팔레스타인을 아랍인과 유태인거주지역으로 분리할 것을 결의했으나 이들은 수용할 수 없다고 하여 전쟁을 일으켰다. 수차례 전쟁 끝에 아랍인들은 주위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형제국들의 도움을 받았으면서도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에 번번히 패하자 게릴라, 테러단을 조직하여 전세계에 있는 이스라엘단체와 지원국인 미국의 산업시설, 외교공관 등을 테러했다.

사우디 출신의 오사마 빈 라덴도 이러한 테러단 중의 하나로서 현재 미국 뉴욕의 무역센타 폭파범의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다. 또한 빈 라덴이 아프칸에 숨어있다고 해서 미국은 라덴의 인도를 요청했고 아프칸의 텔레반 정권이 이를 거부하자 보복공격을 감행한다는 목표로 자신의 우방들에게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대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18일 미국과 서방세계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시온주의에 의한 이슬람권과 기독교권의 `문명충돌' 기도에 대해 경고했다. 시온주의가 세계 지배를 위해 기독교와 이슬람이 충돌하도록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서방은 기독교권이라기 보다는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한 서구문명일 뿐이다. 기독교는 미국과 서구인들의 현실에 더 이상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자본주의의 영향아래 있다. 그러나 아랍인들에게는 이슬람교가 생활전반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문명의 충돌은 서로의 이익 내지는 생존을 위해서 있는 것이지 결코 종교, 사상의 전파를 위해서 있는 것은 아니다. 어쨋든 문명의 충돌은 불가피해졌고 결국 생존권전쟁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빈라덴이 범인인지도 확실하지 않고 그가 아프칸에 숨어있다고 해서 미국이 테러보복을 위해 아프칸을 공격하겠다는 것은 구실에 불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프칸의 이슬람교 원리주의인 텔레반 정권을 부수고 친미정권을 세워 아프칸을 중심으로 주변국가들에게 세력을 확장시키겠다는 의도가 숨어있을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영국의 블레어총리가 탈레반정권을 전복시키겠다는 의도성 발언은 이를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미국은 무역센타 테러이전에 이미 증시물거품이 빠지면서 증시침체로 이어져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또한 제조업이 예전보다 국제경쟁력을 잃어가면서 경기불황을 맞고 있었다. 미국이 전쟁준비를 위하여 경기부양책을 쓰고 그 방법으로서 세금감면정책을 내놓았지만 FRB의 그린스펀의장은 그러한 경기부양책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면서 금리인하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미국의 보복전쟁은 정치적인 의도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에 대한 문제를 오히려 보복전쟁 쪽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아프칸을 친미정권으로 교체하고 아랍권의 교두보를 만들어 아랍쪽으로 시장을 넓혀 갈 수 있는 기회를 엿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미국의 정책 역시 아랍과 서방의 문명충돌로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치밀한 생존권 전쟁이 들어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