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엘 클라시코 더비, 바르샤의 창과 레알의 방패 전쟁

daecho 2008. 12. 15. 12:38

12월14일 새벽 엘 클라시코 더비에서 바르셀로나의 완승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나 내용상 그렇게 볼 수만은 없다는 것을 레알 마드리드가 조금 보여주었다. 물론 2-0이라는 점수차는 바르셀로나의 완승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전 게임과 다른 희망을 보여주었다. 이전의 양팀은 모두 강한 공격력이 무기였으나 그날 보여준 바르샤는 날카로운 창, 레알은 튼튼한 방패와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바르샤의 창은 레알의 방패를 뚫고 말았다.


슈스터 감독시절에 레알은 압박수비가 실종되어 있었으나, 라모스가 지휘봉을 잡은 지금 그들은 최전방으로부터 후방에 이르기까지 압박이 강화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한 압박수비로 바르샤의 공격을 차단하였고, 특히 카시야스의 선방은 야신이 강생했을 정도로 눈이 부셨다. 더욱이 공격수들도 간간히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기도 하였다. 특히 드렌테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만들었던 것이 돋보였으나, 골을 날려 버린 것은 너무도 아쉬웠다. 그 때 골을 넣었다면 승부는 달라졌을 것이다.


후반 살가도의 반칙으로 에투가 페널티킥을 찼으나 카시야스의 신들린 선방은 레알 수비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이 없게도 코너킥에서 푸욜의 어리숙한 헤딩 그 뒤를 이은 에투의 애매한 무릎 킥이 골이 되는 행운을 바르샤 갖게 됨에 따라 승부는 기울고 말았다.


그 후 승부는 완전히 바르셀로나로 향하였고, 전후반 내내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메시가 살아나 결국 쐐기골을 넣고 말았다. 첫골 당시 흐트러진 레알의 수비를 놓치지 않고 뚫었던 바르샤에 승리가 돌아 갈 수밖에 없었다.


전체적으로 경기를 지배했던 바르샤에 대하여 수비중심으로 임하면서 가끔 역습기회를 노렸던 레알의 대결은 이처럼 엉뚱한 곳에서 승부가 났다. 그러나 레알에게 일말의 희망이 보였던 경기였다. 이전에 보여주었던 승부근성이 실종된 수비에서 보다 강한 압박과 치열한 승부욕을 잘 보여주었다.


반면에 바르샤는 유럽최고에 걸맞는 미드필더진에 의한 중원장악이 돋보였다. 또한 에투의 날카로운 득점, 메시의 드리블이 레알과의 대결에서도 통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단지 앞으로의 문제는 메시의 부상 가능성이다. 그가 볼을 거의 발에 붙이는 방식으로 드리블을 하기 때문에 수비수의 태클로 인하여 부상을 당할 수 있고, 이 때문에 후반기에 결장할 가능성이 있다. 그가 결장하면 경기를 풀어줄만한 선수가 별로 없다는 것이 바르샤에게 위기로 다가올 것이다.


최전방에서 그와 같은 실력을 가진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앙리는 센터포드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메시와 같이 윙포드에서는 제역할을 하지 못한다. 메시의 포지션에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로서 흘렙이 있으나 그 역시 그만한 역할을 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최전방 공격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 바르샤에게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앞으로 추운 겨울에 부상이 많다는 것이 문제이고,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가 시작되기 때문에 그 우승을 노린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이번 경기에서 레알의 문제점은 중원장악의 실패를 들 수 있다. 수비전술로 나아갔다고 할지라도 중원에서 지나치게 밀렸다. 특히 현재 중앙미드필더진을 보더라도 그러한 경향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영입을 할지라도 현재 유럽최고 바르샤의 미드필더진을 제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커버하기 위하여 윙을 보강하는 게 좋을 듯하다. 현재 그 자원으로서 로벤이 있고 그가 이번 경기에 출전했다면 지금과 같이 심하게 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와 짝을 이룰 수 있는 윙이 눈에 띄지 않는 게 문제이다. 드렌테가 있지만 로벤의 짝이 될만큼 실력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맨시티로 떠난 호빙유가 더욱더 그리울 것이다. 그와 필적할만한 자원을 구해야 하지만 거의 불가능한 일이고 현재 있는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또한 문제가 되는 것은 전방 공격수이다. 이 경기에서 라울이 원톱으로 출전했으나 중원의 지원도 별로 없는 상태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바르샤의 공격을 막는 수비 역할 밖에 없었다. 그가 공격수인지 수비수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였다. 다만 훈텔라르가 후반기에 합류하기 때문에 그것이 좀 위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에레디비지에와 프리메라 리가의 차이 때문에 그에게 지나친 기대를 하기는 힘들다. 


양팀 모두 이러한 점을 보완하면 앞으로 베르나베우에서 펼쳐질 엘 클라시코더비는 더욱더 치열한 경기가 될 것이다. 단지 바르샤의 독주로 인하여 별로 재미 없는 프리메라 리가가 되기 때문에 팬들 입장에서 큰 매력을 느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