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민주당 분열을 바라보며

daecho 2003. 1. 1. 14:34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반성을 갖는 명제로서 사람은 끼리끼리 모이기 마련인데 정치도 마찬가지로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정당을 만들어 정책을 추진한다. 이로 인하여 당파가 생겨 서로 반목하여 당쟁이 일어나지만 견제를 하기 때문에 세력균형이 일어나 독재를 막게 되며 민들을 위한 정치가 나오곤 한다.

당쟁이 치열했던 조선후기의 영조는 당쟁을 무마하기 위해서 탕평책을 실시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이재는 반대하였다. 이재는 송나라 구양수의 붕당론을 근거로 학문이 서로 맞는 사람끼리 모여서 당을 이루어 정책을 내고 실현하는 등의 정치를 하는 것이 백성들을 위해서도 옳은 일인데 뜻이 다른 정치인들을 모아 놓으면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백성을 위한 정책을 제대로 실현 할 수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결국 영조도 사색당파를 골고루 쓰는 탕평책을 시행하였으나 서로의 알력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영조는 사색당파의 영수들을 모아 신선로를 먹게 하였다. 신선로는 주로 국물이 많기 때문에 이를 먹다보면 서로 머리가 닿아 부딪치기도 하여 그러다보면 서로 친해질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이밖에도 여러 나물을 한데 버무려서 만든 탕평채를 보급하고 여러 가지 색깔의 색동옷을 민간에 보급하여 오늘날에도 설날에 설빔으로 새색시와 아이들이 색동옷을 입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조도 어쩔 수 없이 자기와 뜻이 가장 잘 맞는 노론을 주로 등용하였다.

이러한 사색당파는 서로 당파들만의 정책이 있었고 이러한 정책은 우주론, 인성론, 수양론을 근거로 세운 것들이다. 이러한 정책들을 그들은 실현하려 하였고 이를 위하여 당파가 필요하였다. 물론 조선시대 당쟁이 이러한 장점 외에서 살육의 화를 일으켰다는 데에서는 큰 단점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학문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는 오늘날 더 이상 찾아보기가 어려운 지가 오래되었다. 단지 개인의 권력욕을 충족시키려는 정치인들의 농간만이 판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특정 개인이 권력을 잡기 위하여 같은 정당의 정치인들일지라도 팽개치는 투전판과 같은 정치가 판치고 있다. 오히려 투전판도 못한데 그래도 투전판에서는 돈을 가장 많이 딴 사람이 잃은 사람들에게 개평을 주는 아량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치판에서는 이러한 것 조차도 찾아 볼 수가 없다.

특히 민주당에서 지난날 국민경선제로 당선된 노무현 후보를 두고 8.8재보선에서 졌다고 그 책임을 물어 후보를 내놓으라고 하며 그렇지 않으면 탈당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은 투전판도 못한 투견장의 분위기를 그들은 연출하고 있다. 민이 뽑은 국회의원들이 민을 위해서 어떤 정책을 내야 할 것인가로 고민하면서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경선에서 졌다는 것을 마치 빼앗겼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되찾으려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들을 뽑아 준 유권자들이 불쌍해 보인다. 그들이 탈당해서 신당을 만들면 그래도 권력이 잡혀질 것 같은 생각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그렇게 나아가는 것 같은 데 유권자들은 이러한 작태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아야 한다. 8.8재보선에서 30%도 안되는 투표율은 정당, 정치인들의 작태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그들도 알텐데 그러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 문제다.

이제 철학을 기반으로 하여 내 놓은 정책을 두고 당쟁을 했던 조선시대와 같은 것을 기대해 보지는 못할지라도 투견장에서 개싸움 같은 꼴을 보여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