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색채의 마술사 장 이모우 감독의 최근작품이다. 감독은 붉은 수수밭을 필두로 예술성과 작품성이 뚜렷하고, 시사적이면서 반정부적인 내용의 영화를 만들었으나 영웅 연인을 시작으로 갑자기 블록버스터형의 대중영화로 돌변한다. 한마디로 장 이모우 감독인생의 반전이다. 이 영화 역시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그의 영화가 항상 반전으로 인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긴장감을 더해주는데 그것은 아마도 그의 인생과 영화인생에서 반전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체제 인사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어린 시절 빈곤과 멸시 속에서 고생하였으나, 영화로 인하여 세계적인 감독이 된 것이 바로 인생의 반전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인생의 반전이 영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 영화는 재미와 나름대로 비장감을 주는 드라마 양식이다. 황금색, 붉은 색 등의 원초적인 색채를 주로 사용하여 인간의 욕정을 잘 드러내 주었다. 왕을 상징하는 황금색 반란군을 상징하는 검은 색에 가까운 회색이 잘 어우러져 시각적인 효과의 극대화를 이루고 있다. 또한 전체적인 내용이 인간의 원초적인 욕정이기 때문에 붉은 색채를 중심으로 구도를 잡았다. 이러한 점이 색채의 마술사라고 칭할만하다. 더군다나 웅장한 스케일과 화려한 황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입을 저절로 벌리게 한다. 특히 황제군과 반란군의 전쟁 씬은 웅장하고 역동적인 장면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이 영화에서 또 하나 돋보이는 것은 공리와 주윤발의 주연들의 연기이다. 공리가 주로 예술성이 강한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 세계적인 배우로 명성을 떨쳤으나 어느 순간 블록버스터의 대중영화에 주연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하였다.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버지의 나라를 빼앗은 황제의 황후가 되어 복수를 하는 배역을 잘 소화해냈다. 반면에 주윤발은 처음부터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 대중영화로 명성이 자자했고 이 영화에서도 그것이 잘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젊은 그가 아니라 중년의 무게감이 이 영화에서 묻어난다. 기존의 영화에서 의리있는 사나이였지만 이 작품에서는 야심찬 무관이 부정한 수단으로 황제가 되어 자식들을 죽일 수밖에 없는 인간으로 출연한다. 그 비정함과 냉정함을 온몸으로 열연하였다.
황제는 황후를 사랑했고 그녀의 아들 둘째왕자를 총애했다. 물론 황태자는 전처소생이다. 그러나 황태자는 황위를 계승하는 데에 관심이 없고 황실의원의 딸과 염문을 피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둘은 사랑해서는 안되는 관계였는데 바로 아버지가 다르나 어머니가 같은 남매였기 때문이다. 임금이 되기 전 이름 없는 무관으로 있을 때 반란을 일으켜 황위에 오르자 공주를 황후로 맞이하였다. 그 황후는 임금 보다 황태자를 남자로서 사랑한다. 또한 황후는 황제에게 중양절에 복수를 하기 위하여 둘째아들을 종용한다. 그날 쓰려고 국화꽃을 만드는데 이 때문에 제목을 황후화라고 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둘째아들이 반란을 했으나 실패하고 죽고 만다.
이러한 내용의 시나리오는 창의적이거나 인생의 깊이를 느낄만한 것은 아니다. 연인이었던 황태자와 의원의 딸이 남매라는 사실, 총애하는 아들의 반란, 그 실패로 인하여 황제로부터 살해, 막내아들이 형인 황태자를 살해, 황제가 그러한 막내를 살해 하는 등의 반전이 있어 재미를 더해주고 있기는 하다.
전체적인 구도에서 인간의 욕정을 여과 없이 잘 드러내주는 내용을 색채와 잘 버무려서 대형 블록버스터로 만들었다는 것이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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