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극심한 빈부격차, 대책없는 정부

daecho 2003. 8. 21. 05:00
계급이 없는 공동체 사회에서는 부자와 빈자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은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와 같은 공동체 사회는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빈부는 나올 수밖에 없고 공동체의 장은 자연스럽게 부자가 되고 권력을 쥐지 못한 사람은 빈자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동체가 커지면서 왕조라는 사회가 생기고 왕을 비롯하여 이를 돕는데 기여한 귀족들이 부를 쥐게 되었다. 나머지는 권력을 갖지 못한 빈자들인데 이들을 일반적으로 민이라고 불렀다. 결국 이들은 왕을 비롯한 귀족들에 의하여 지배당하고 세금을 수탈당하는 생을 살았다. 그나마 덕을 가진 왕을 만나면 그럭저럭 굶지 않고 사는 정도였다.

조선후기 순조 당시 세도정치가 한창일 때 이들의 수탈로 인하여 민들은 굶주림에 지쳐 가고있었다. 그들은 하루 끼니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었고 자식을 낳아도 키울 수가 없었다. 이 때문에 민들은 자식을 낳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못하였다. 결국 자식을 낳자마자 애기아빠는 자신의 성기를 낫으로 잘라버렸고 그 옆에서 애기엄마가 울부짖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이 때문에 정약용은 가난한 민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해 주려고 정전제(井田制)를 기획하였다. 당시 그는 전라도 강진에서 귀양살이하면서 민들의 이같은 처참한 삶을 곁에서 보았기 때문에 이 제도를 주장했던 것이다.

정전제는 맹자가 주장했던 제도였는데 전답을 9등분하여 8가구가 각각 1등분의 전답으로 농사를 지어 수확물을 직접 갖고, 가운데 1등분의 전답은 8가구가 공동으로 경작하여 수확물을 세금으로 바치는 제도이다. 이러한 정전제는 1가구당 1등분의 경작지가 있고 자유롭게 매매를 할 수 없는 제도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생계는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소수의 지주들이 대부분의 전답을 갖고 있었고 나머지 대다수의 농민들은 그들에게 전답을 빌려 농사짓고 수확물의 절반을 지주들에게 바치는 소작농이었다. 따라서 정전제를 실시하려면 왕이 지주들의 땅을 빼앗아 일정하게 등분하여 농민들에게 나눠줘야 한다. 그러나 당시 왕권은 약하였고 안동김씨 일가의 권력은 지나치게 강하여 실현 할 수 없는 제도였다. 더욱이 정약용은 귀양살이하는 처지였기 때문에 정전제는 그야말로 혼자만의 기획에 불과하였다.

결국 세도정치로 인하여 조선은 쇠해졌고 다시 부흥하지 못하고 일제시대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경제는 큰 변화가 없었고 훗날 박정희정권이 들어서면서 개발독재로 인하여 자본주의사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었다. 이 시절부터 자본주의체제로 인한 빈부의 격차는 시작되었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분배문제는 항상 뒷전이었고 결국 지난 97년말 외환위기로 인하여 빈부의 격차는 더욱 심해졌다. 국민정부가 들어서고 외환위기는 무사히 넘겼지만 또 다른 문제를 잉태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무현대통령은 후보시절에 중산층과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쓰겠다고 공약을 했지만 막상 대통령이 당선되고서 별다른 진전이 보이지 않고 있다. 여전히 성장에 비하여 분배는 뒷전에 밀리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지난 1분기 도시근로자들은 평균소득이 4.3% 늘었지만 4.1%의 물가상승률을 빼면 제자리걸음이나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하위계층 20%는 가계적자가 50%나 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의 아파트 값은 치솟고 이에 대한 대책도 별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민들에게 은행문턱은 아직도 한없이 높기 때문에 신용카드에 의존하지만 이 역시 고리대금이라 서민들의 목을 더욱더 죄고 있다. 더욱이 신용카드 연체율이 4월에 2% 올랐다. 신용카드대란이 일어나 이를 막지 못한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자식을 낳지 않으려고 자신의 성기를 잘랐던 정약용 시대의 사회보다도 더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인 없는 빈 배처럼 정부는 대책이 없고 노대통령의 “못해먹겠다”다는 말은 서민들의 마음을 더욱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정약용의 정전제는 오늘날 실현할 수 없는 제도이지만 그 실을 취해볼만하다. 이 때문에 그가 생각하고 있었던 민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이 아직도 실효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