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탄핵사건, 그들의 가족만을 위한 코미디

daecho 2004. 3. 14. 01:57

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드디어 인류가 배를 잡고 웃을 수 있는 코미디가 벌어졌다. 그들은 코미디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나 세계인이라면 누구나 웃을 수밖에 없는 전무후무한 코미디가 되고 말았다. 한바탕 웃고마는 광대들의 코미디라면 유쾌하지만 국회의원들의 코미디는 웃고난 후 그 대가로 인한 고통이 너무 크다. 경제쇼크 뿐만 아니라 민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위기의식은 대가가 너무 크다. 광대들과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코미디는 그러한 차이가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코미디로 인하여 역사가 바뀌는 시점에 와 있다. 물론 이러한 코미디로 인하여 역사가 전환되는 시점은 예전에도 있었다. 주나라 유왕의 코미디는 서주에서 동주 또는 평화시대에서 혼란시대인 춘추전국시대로 바뀌는 전환점이 되었다. 유왕은 사랑하는 후궁 포사를 위하여 중대한 결심을 한다. 무척이나 아름답지만 웃지 않았던 포사에게 웃음을 선물하기로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천하에 방을 걸어 포사를 웃기는 광대에게 큰상을 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천하의 광대들이 다모여 웃겼지만 포사를 웃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왕은 많은 시종들과 비상회의를 열어 마지막 수단을 썼다. 당시 천하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던 견융이 침입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에 놀란 지방의 제후들이 군사들을 이끌고 왔다. 이 때 유왕은 포사와 함께 열병을 하면서 말하기를 “다 뻥이야!”라고 선언했다. 수많은 군사들은 어안이 벙벙했지만 드디어 포사는 깔깔 웃었다. 유왕은 사랑하는 후궁을 위하여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후 일어날 일은 감당하기 조차 힘든 것이었다. 왜냐하면 진짜 견융이 쳐들어 왔기 때문이다. 왕은 급히 제후들을 불렀지만 거짓인 줄 알고 단 한명도 오지 않았다. 결국 견융의 손에 유왕은 물론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포사마저 저승길로 직행했다. 죽어서도 유왕은 포사와 함께 황천행 고속철을 탔으니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그 후 제후들은 늦게 출동하여 견융을 몰아내고 호경에서 낙양으로 수도를 옮겨 새왕을 옹립하였다. 이 때부터 제후의 권력이 강해지고 왕은 약해져 혼란의 극치를 이루었던 약육강식의 춘추시대가 시작되었다.


지금 대한민국 국회에서 기상천외의 코미디를 보여주었던 국회의원들은 누구를 위하여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웃겼는가? 그것은 오직 자신과 가족들을 위하여 웃겼을 것이다. 혹은 몰래 숨겨둔 첩을 위하여 웃겼을 지도 모른다. 아마도 포사 보다도 더 예쁜 첩이었기에 유왕 보다도 더 웃기는 코미디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오직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하여 그렇게 웃겼던 것이다. 지금도 그와 가족들은 “우리 아빠, 남편, 자기 최고야!”라고 박수를 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코미디의 압권은 역시 민주당의 조순형 대표였다. 그는 “의회민주주의의 승리다!”라고 한 대목에서 코미디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지만 의회민주주의 승리라기 보다 조대표와 그의 가족들을 위해서 드디어 밥그릇을 지킬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절규일 뿐이다. 그러나 그렇게 될지는 두고 보면 알 일이다.


코미디도 장단이 잘 맞아야 더욱더 빛이 난다. 노대통령의 맞장구는 일품이었다. 국회에서 탄핵발의 직후 기자회견을 통하여 ‘배 째라!’식의 특유한 말투는 국회의 코미디와 절묘한 콤비를 이루었다. 전에 재신임투표를 선언했을 때 유권자들의 지지가 높아져 야당이 철회한 것을 회상하면서 이번에도 ‘배 째라’식으로 말했을 것이다. 탄핵발의가 아니라 탄핵의결이 된다 해도 헌재에서 통과하지 못할 것이고 다시 유권자들의 지지는 천정부지로 솟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그는 국회의원들과 마찬가지로 밥그릇을 지키려고 우선 ‘먼저 내배부터 째라!’ 식으로 나갔던 것이다.


결국 민이 뽑은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은 저마다 밥그릇을 지키려고 인류를 웃기는 코미디를 벌였던 것이다. 양자 모두 가족들을 위한 혹은 애첩을 위한 코미디를 벌였던 것이다. 그러나 훗날 그에 걸맞는 대가를 치를 일만 남았다. 유왕은 애첩을 웃겼다가 견융에게 살해당했지만 우리의 대통령과 국회는 앞으로 민이 심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