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4.15총선, 거지정치의 개막

daecho 2004. 4. 17. 17:38
 


한국사회에서 민은 투표할 때만이 주권을 갖고 그 후 줄곧 끌려다니는 노예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반면에 정치인들은 하루만 민에게 구걸하고 그 후 수년간 그들을 부리는 주인이 된다.


지난 4.15총선은 바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났다. 민에게 표를 구걸하기 위하여 108배, 눈물, 단식, 삭발, 3보1배 등의 거지정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민은 그러한 거지들에게 과반수1당과 개헌저지선 2당이라는 선물을 던져주었다.


다만 지역정서를 노리는 민주당과 자민련에게 쓰라린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추미애 위원장이 3보1배가 아니라 3배9고두를 했으면 보다 많은 동정표를 얻었을 것이다. 김종필 명예총재는 그나마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자멸을 초래했다.


하지만 영남지역은 박정희의 딸에게 무한한 애착으로 몰표를 던져주었다. 박정희가 다시 살아나 종신대통령으로서 끊임없이 인권탄압을 해주길 원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그들은 박정희를 황제로 만들어 주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그 딸에게 몰표를 주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별다른 정책도 없는 그들에게 적선하였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민이 전지전능한 하늘과 같다는 말이다. 그러나 민은 한없이 어리석은 면도 있다. 마치 하늘도 상황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아무런 이유 없이 천재지변을 내리는 것과 같다.


그러한 민은 표를 구걸하는 거지정치인들에게 많은 적선을 했다는 것에 대하여 어리석은 면이 발동했다고 평할 수밖에 없다. 물론 거지들에게 자신들의 운명을 맡기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거지들에게 이 땅의 민은 4년 동안 대한민국의 운명을 맡겼다.


하지만 희망이 전혀 없지 않다. 그나마 정책을 내놓았던 민노당이 국회입성에 성공하였다. 물론 10석의 소수당으로서 한계가 있지만 그나마 안심이 된다. 다만 그들이 내놓았던 정책들을 소신있게 펼쳐주길 바란다. 거지들과 휩쓸려 하루 만에 악덕주인으로 돌변하여 민을 머슴으로 삼아 핍박하지 않았으면 한다. 또 외눈박이 원숭이들이 사는 섬에 멀쩡한 원숭이 한 마리가 들어와 왕따를 당하자마자 자신의 한쪽 눈을 찔러 외눈박이가 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