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지역감정 부추기는 진흙탕의 투견들

daecho 2002. 2. 5. 13:49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면서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적 동물의 성향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자기와 가까운 사람들끼리 뭉치기 위하여 친인척을 모으고 넓게는 고향사람을 찾게 된다. 결국은 이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지역주의가 나오게 되었다.

현재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 경쟁자들이 서로 우위를 점하기 위하여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정치권의 지역주의는 국가분열사태로 치닫고 있다. 자민련 김 총재는 15일 대전 유성호텔에서 열린 대선 출정식에서 충청권 단결을 호소했다. 이에 질세라 한나라당도 지역패권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김만제의원이 지난 11일 ‘TK당권론’을 주창했고 최병렬 부총재 등 PK의원들이‘맞불’작전에 들어갔다. 또 충청권에서는 사무총장을 역임한 신경식 의원이 13일 '정통성과 지역대표성을 볼 때 충청권 대표는 나'라고 나섰다. 심지어 구태정치와 맞서 싸운 유일한 후보라고 자임해온 소장개혁파의 대표 얼굴인 김원웅 의원도 '새 시대에 맞는 차세대 충청권 대표는 바로 나'라고 가세했다. 14일에는 경기 출신의 목요상, 전용원, 이규택, 손학규 의원 등이 당내에서 경기지역의 역할을 되찾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며 모임을 가졌다. 영호남 대결을 넘어서 도별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 진흙탕에 개싸움 보다 더 진하다.

이러한 지역주의를 혹자들은 삼국시대부터 가까이에는 조선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선의 경우 지역주의가 아니라 학파별로 당파를 이루었고 이들은 정책대결로 정치를 이끌어 갔다. 그 한 예로서 당파의 경우 초기에 서인은 율곡과 성혼의 제자들이었고 동인은 퇴계와 조식, 개성의 서경덕의 제자들이 많았다. 다시 동인은 남인과 북인으로 나뉘는데 남인은 퇴계, 북인은 조식과 서경덕의 제자가 많았다. 남인 중에서도 영남을 근거지로 하는 퇴계학파와 퇴계를 사숙하여 경기도를 근거로 하는 근기남인이 있다. 서인은 율곡의 적통을 이은 송시열과 그의 제자 윤증간의 논쟁으로 인해 송시열은 노론, 윤증
은 소론으로 갈라지는데 둘다 충청도출신이다. 이와 같이 조선의 당파는 지금의 지역당이 아니라 학파당이다.

현재 지역주의의 시발점은 박정희와 김대중간의 대선에서 나타났다. 당시 박정희는 농촌, 김대중은 도시인들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었다. 그 상태로 지속되면 김대중의 승리가 확실시 될 수밖에 없어서 박정희 측이 계획한 선거전략이 영호남 지역감정을 일으키는 것이다. 당시 영남유권자수가 호남보다 두배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선은 물론 총선까지도 고질적인 지역주의는 계속되었다.

현대의 민주주의는 의회정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지역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민생해결을 위하여 선거전략에서 정책중심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불구하고 이러한 것들을 도외시하고 무조건 지역주의를 내세우는 것이다. 따라서 당선되고 나서도 민생문제는 뒷전으로 밀쳐놓고 싸움만 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선거때도 자기지역에서 지지가 높은 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선후보로 떠오르는 정객들이 지역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술수에 불과하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다.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후보는 민주주의가 지역주의라고 착각하는 사람일 것이고 이에 동조하는 유권자들도 자기네 고향사람들을 뽑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라고 알고 있을 것이다. 이들이 있는 한 우리의 민주주의는 이미 물 건너 간 것이다.